1. '컴공 거품론'의 현실 : 인기학과의 이면
최근 언론에서는 "거품 빠지는 컴공", "IT업계 채용 절벽", "취업난 속 컴퓨터공학 인기 하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한때 ‘가장 확실한 미래’라 불리며 SKY대는 물론 지방 국립대, 심지어 전문대학까지 컴퓨터공학과 지원자가 몰렸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21~2023년까지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중심으로 연봉 6,000만 원 이상의 스타트업 개발자 채용이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2024년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구조조정과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개발자 수요는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을 앞두고 일부 컴공과는 수시 경쟁률이 전년보다 20~40% 이상 하락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더 이상 컴공이 무조건 ‘좋은 취업을 보장해주는 학과’가 아니란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2. 유발 하라리의 AI 시대 경고
이와 맞물려 세계적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최근 여러 인터뷰와 강연에서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는 최초의 기술"이라며, 단순 코딩 능력을 가진 컴퓨터공학자들조차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라리는 “앞으로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지식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사고, 윤리적 판단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말하며, 컴퓨터공학 전공자라고 해도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PT-4, Claude 3, Gemini와 같은 고성능 AI 모델들이 이미 프로그래밍, 문서 작성, 디자인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현실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3. AI의 등장과 개발자 직무 재편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들은 단순한 프론트엔드 개발이나 유지보수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인간 개발자에게는 제품 전략, 고객 경험 설계, AI 훈련데이터 관리 등 더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딩만 잘하면 연봉 1억’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은 무너지고 있다. AI 툴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프트웨어+경영+디자인+데이터+윤리가 결합된 통합적 역량을 갖춘 인재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4. 컴공의 몰락인가, 진화인가?
그렇다면 컴퓨터공학 전공은 정말 몰락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전공자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단순히 자바(Java)나 파이썬(Python)을 학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 AI와 머신러닝의 원리를 이해하고,
- 클라우드·데이터 분석·보안 등 다학제적 기술을 익히며,
- 인간 중심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의 '개발자 양성소'에서 ‘테크 기반 문제 해결자’로 컴공 전공자의 정체성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5. 시사점 : 진짜 경쟁력은 융합적 사고
이 변화는 단순히 학과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학부모, 진로교사, 대학 교육자, 기업 인사담당자 모두가 기존의 '전공 =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인재는 ‘기계처럼 일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를 도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 "무엇을 전공했는가"보다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어떻게 연결하는가"
-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해결했는가"
특히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컴공뿐 아니라 수학, 철학, 디자인, 경제, 언어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접하며 자신의 사고 확장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도 경쟁력 있는 인재로 살아남는 길이다.
6. 마치며 – 진짜 실력은 전공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
‘컴공 거품론’은 단순히 학과의 몰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역할과 요구 역량도 바뀐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다.
컴퓨터공학은 여전히 중요한 학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와 무게는 AI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코딩을 넘어선 사고, 협업, 창의, 윤리, 그리고 인문학적 통찰이 결합될 때, 컴공은 다시 한 번 미래를 여는 학문이 될 것이다.